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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정보

[게임 기획자 이야기 ②]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다

 

먼저 읽고 오세요! ▶ [게임 기획자 이야기 ①] 게임 회사에 입사하다

 

 

 

 

 

 

 

*이 포스팅은 《모바일 게임 기획의 모든 것》의 저자 최주홍님의 이야기 입니다. 

 

 

 

 

 

 

첫 회사는 온통 낯선 것 투성이었다. 첫 출근날 카드키가 없어서 문 앞에서 30분으 기다려야 했다거나, 시키는 일마다 어덯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일, 회의 시간에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해 전부 받아적은 일 등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이대로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자 팀장이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며,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비슷한 게임들을 분석하라면서 '나라면 어떻게 만들까' 다른 개발자들에게 무엇을 만들어달라고 할까를 고민해 보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이건 효과가 꽤 있었고 덕분에 기획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당시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XBOX라는 콘솔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 XCORE라는 액션 게임 개발이었다.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존 우(오우삼) 감독과 계약을 맺고 제작했는데 내가 맡은 일은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레벨 디자인이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첫 게임인 만큼 꼭 성공시키고 싶은 욕심도 많아서 시나리오를 열심히 섰던 기억이 난다. 

 

설정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그것을 바탕으로 캐릭터가 뛰어다닐 맵을 모눈종이에 그려보았다. 스스로 꽤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배경 모델러에게 보여주자 맵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고 퇴짜를 맞았다.

 

충격을 받은 내가 인정하지 않자, 그는 잠시 기다리라더니 맵 일부를 즉석에서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내가 종이에 그린 그림이 모니터 안에서 실제로 구현되니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실제로 맵을 돌아다녀보니, 너무 복잡해서 게임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신입 기획자의 고집을 순순히 받아들여서 직접 보여줬으니까. 그 이후로 나는 기획을 할 때 항상 작업자와 함께 얘기하면서 진행하게 되었고, 실제로 큰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열심히 만들었지만 6개월 후 프로젝트가 드롭된다. 겉으로는 계약에 의견 차이가 생겨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회사에 돈이 떨어진게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당시의 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기에 팀원들이 너무 돈만 밝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이후에 알게 된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첫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나는 머리가 하얘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를 데려왔던 팀장은 같이 이직을 권유했지만 첫 회사를 그렇게 단간히 버릴 수 없었다. 아직 이룬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팀장을 비롯한 중견 개발자들이 대부분 떠난 후 나는 아크 온라인이라는 MMORPG 개발팀에 재배치되었다. 회사는 게임뿐만 아니라 3D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개봉에 맞춰 게임도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콘솔을 만들다 와서 MMORPG는 생소했지만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맡은 일은 시나리오, 레벨 디자인, 그리고 스킬 일부 제작이었다.

 

비록 망했지만 시나리오와 레벨 디자인은 경험이 있어서 금방 적응했다. 문제는 스킬이었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당시 프로젝트는 CBT를 앞두고 있어 매우 바빴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어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다. 

 


어느 날 회사 전체에 메일이 왔다. 이번달 월급은 조금 늦어질 거라는 것이었다. 팀원들은 CBT 준비에 지치고 힘들었기에 월급 밀리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게임만 공개되면 투자가 들어올 것이고, 그럼 밀린 월급은 물론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장의 말을 믿었다. 

 

실제로 사장은 투자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뒤어다니고 있었는데, 퍼블리셔가 방문이라도 하면 개발자들은 일제히 가장 멋진 장면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열심히 일하는 척했다. 

 

아니, 실제로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뿐.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CBT가 진행됐다. 팀원들이 서버 프로그래머 자리에 모여서 유저가 들어올 때마다 환성을 질렀다. 

 

MMORPG 아크 온라인

 

광고가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유저가 들어왔고 게임을 즐겨줬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만든 게임을 유저에게 보여줬고, 그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직접 깨달았다. 

 

CBT의 고무적인 결과에 모두 들떠있었고 이제는 밀린 월급은 물론 보너스까지 두둑히 나올테니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하는 팀원들까지 생겼다.

 

 

그리고 며칠 후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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