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모바일 게임 기획의 모든 것》 의 저자 최주홍님의 이야기입니다.
《모바일 게임 기획의 모든 것》 저자 최주홍님의 경력 및 수상 내용입니다.
경력
2019, S사, N프로젝트 디렉터
2010, 엔씨소프트, PC 3D TPS <프로젝트 혼> 디렉터
2009, 픽셀베리 스튜디오, SNG <마이스타일> PD
2008, SK-imedia, PC 3D TPS <H.A.V.E 온라인> 기획팀장
2007, CreateDepot, 모바일 보드게임 <럭키5> 기획
2006, CodeDays, 모바일 슈팅 게임 <가드라인>, 모바일 퍼즐 게임 <브릿지 키퍼> 기획
2005, Mayrith, PC 슈팅게임 <백설공주> 기획
2004, 소프트맥스, PlayStation2 RPG <마그나카르타> 기획
2002, 디지털드림스튜디오, PC MMORPG <아크 온라인> 기획
수상
2004, 한게임 공모전 게임부문 동상
2003, 한국게임개발협회 인디게임 공모전 은상
2003, 한빛소프트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어린시절을 주로 오락실에서 보냈다. 학교 끝나면 오락실 가는 것이 당연했고, 그런 아들을 잡으러 오는 어머니의 한숨 역시 당연했다.
"넌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귀를 잡아끌며 집으로 향하던 어머니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 혹은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은 그저 즐기는 대상이었다. 적어도 취업을 앞두기 전까지는.
게임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문득, 그것도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돌리는 와중에 스치듯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렸을 때 그렇게 다녔던 오락실의 기억이 "너 정말 이렇게 해도 좋은 거냐?"라고 속삭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게임 회사에만 지원서를 낼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는 나이는 아니었기에, 대기업 한 곳, 중소기업 두 곳, 그리고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게임 회사인 한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신기하게도 대기업과 게임 회사 면접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잡혔고(중소기업 두 곳은 탈락ㅠㅠ) 어딜 가야 하나 오락실에서 승룡권을 날리며 고민하다가 게임 회사를 택했다.
'이것은 운명이다. 운명의 데스티니다!'
어려서부터 오락실에 들락날락했던 운명이 나를 이끌었다. 붙을 수밖에 없고,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인생으로 계획된 거다!
자기 최면을 끝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난생처음 면접이라는 것을 보러 갔다. 그대의 가슴 덜림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긴장은 잠시 후 말끔하게 사라지고 대신 의심과 걱정으로 채워졌다. 다 쓰러져가는 건물은 내가 그런 생각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음을 온 몸으로 긍정하는 것 같았다.
'이런 곳에 회사가 있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 안 무너지는 게 신기한데?'
알싸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래야 인생을 헤쳐나가는 맛이 있지 않겠냐며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3층에 다다르니 세게 닫으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나무 문짝에 게임 회사 간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심호흡하고 문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의자에 길게 누웠있었다.
당장에라도 문을 도로 닫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싶었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물쭈물하며 면접보러 왔다고 하자 나를 최초 발견한, 수염이 지저분한 남자가 좀비처럼 비척비척 걸어가 다른 책상의 서류를 뒤적였다.
쓰레기 더미같은 서류 뭉치들 사이에서 내 이력서를 찾은 그는 나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는 회의실로 안내했다. 담배 지든 냄새가 확 올라오는 가운데 면접이 시작됐다.
지금이야 면접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면접과능로도 많이 들어가 익숙해졌지만, 당시의 사회초년생인 나는 너무 당황하고 긴장했기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렇게 30분간의 면접이 끝났고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첫 사회적 탈락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대기업을 볼 걸. 대기업이라 떨어졌다는 명예로운 변명이라도 가능할 텐데.'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그만두기엔 게임 개발, 특히 기획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상태였다.
준비가 필요하다.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이밀었다. 아직 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년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공부하자! 그렇게 게임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인터넷에서 게임 개발 동호회에 가입하고 자료들을 구해 공부했다.
당시 인터넷엔 게임 개발에 대한 것, 특히 게임 기획서는 정말 보기 힘들어서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두고 역으로 기획해 보면서 독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점점 만들고 싶은 게임이 생겼고, 그것을 기획서로 만들었다. 동화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한 슈팅 게임이었다. 백설공주가 왕자를 납치하자 마녀가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백설공주를 살짝 뒤집은 내용이었다.
처음으로 기획서를 써본 성취감은 대단했다. 이렇게 잘 쓴 기획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때마침 게임 개발 동호회에서 알게 된 현업 기획자가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고, 거기에 참석했다. 나는 그에게 기획서를 보여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2002년 봄 처음으로 게임 회사에 기획자로 입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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